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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부부라는 이름 앞에서

지저스타임즈·2024.11.0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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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이름 앞에서

 

 

“지수애미냐?”

 

“네 어머니“

 

“니 시아버지가

바람이 난 건지 마음이 변했다….”며

 

며느리에게

이런저런 하소연하고 있었는데요

 

“어머니 돌아오는 주말에

저희가 한번 들러볼게요“

 

늘 자신을 기쁘게 해주던 남편이

싸늘한 얼굴과 말투로 변해버린 걸

마음 쓰리며 지켜보던

아내의 속앓이가

하루라는 시간 속에 묻혀 갈 즈음

 

“아이고…. 내 새끼들…

이 할아비 안 보고 싶었어요…?“

 

 

얼음장 같았던

얼굴과 말투는 온데간데없고

봄을 만난 꽃처럼 화사해진

남편을 보며

 

 

식구 모두에게 달라진 게 아니라

유독 자신에게만 달라진 모습 때문에

마음이 더 아팠던 아내는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니 이건 왜 이리 짜”

 

“그게 짜요?”

 

“이건 싱겁고”

 

며느리가 사다 놓은 것들로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차려놓았지만

돌아오는 남편의 타박은 그칠 줄 몰랐기 때문인데요

 

 

“40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남편 입맛 하나 못 맞추고 원“

 

하며

밖으로 나가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평소엔

길가에 널린 풀 잎사귀를 묻혀 줘도

꿀맛이라고 잘만 먹던 남편의 변한 모습에 영문도 모른 채 눈물 바람

그칠 날이 없었던 아내의

속도 모르는 건지

 

“ 고향에 계신 형님네에 가서 벌초도

하고 며칠 있다가 올 테니 그리 알아“

 

고향 갈 땐 아내부터 챙기던 남편이

이번에 같이 가자는 말도 없이

혼자 멀어진 하루를 붙들고

 

먼 산 위에

뜬 달을 보며 속앓이하며 지내다

남편이 약속한 그 며칠이 지났는데도

오질 않는 걸 걱정한 아내는

 

“시숙님….접니다“

 

“제수씨가 어쩐 일이세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남편이 그곳에 오질 않았다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란 아내는

자식들에게 연락하고 마는데요

 

 

“얘들아….

너희 아버지 좀 찾아봐라“

 

가실만한 곳을 찾아 연락을

취해봤지만 다들 그림자도

못 봤다는 말에

 

 

“형….

경찰서에 실종신고부터

해야 하는 거 아냐?“

 

“도련님 말대로 해야겠어요”

 

“저양반이 나랑 정뗄려고

저러나 싶다”

 

 

가위질한 시간만 매만지며

생각에 잠겨있던 아내는

 

“ 병원에 다녀오고부터

네 아버지가 달라진 것 같구나“

 

엄마의 말에

쪼르르 달려간 자식들 앞에

의사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는데요

 

“아버님이 병색이 깊어 보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적막같은 하루를 지워버리고

있는 가족들 앞에

 

((((((따르릉))))))

 

 

 

“민수 네가 이 시간에 거긴

어쩐 일이냐?“

 

“아니….

아버지 지금 어디세요?

식구들이 걱정돼 집에도 못 가고

여기 다모여 있잖아요“

 

“나는 걱정하지 마라“

 

“지금 엄마가 아버지 때문에 식사도

며칠간 못하시고 앓아눕는 바람에 지수 애미가 곁에서 지금 간병하고 있다고요“

 

“뭐! 엄마가 아프다고?

왜 진작 말을 안 했어“

 

“연락이 돼야 말하죠“

 

큰 병일까 봐 겁이 나 병원도 못 가고

친구 집을 전전하다 혼자 있을 아내가

걱정이 된 아버지의 속 마음을 모른 채

아들들은 애원하듯 전화기를 붙들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몹시 아프신 것 같아

날 밝으면 병원으로 모시고 가보려고요“

 

“내가 지금 그리 가마”

 

 

계절을 몰고 오는 바람처럼

집으로 달려온 남편은

 

“여보 무슨 일이야 이게…

어디가 아파?

빨리 큰 병원 가보자고“

 

“봐요 !당신도 내가 아팠다니까

한걸음에 달려오는 것 처럼

그게 부부잖아요“

 

“시부모 간병 때문에 이제껏 고생했는데 나 때문에 또 고생할까 봐….“

 

“나 어제 괜찮으니 당신 병원부터 갑시다 내가 간병해 드릴테니…..“

 

아내가 자신의 병시중을 든다고 또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남편은 초조한 눈빛만을 내보이고 있는 모습에

 

“이런 일이 있으면

저희하고 먼저 의논하셨어야죠?”

 

“면목 없구나”

 

 

자식들이 돌아간 뒤 잠든 아내 곁에서 가위질한 시간만 만지작거리다

 

부부라는 행복 하나로

희망을 품고 산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밤의 공백을 채우던 남편은

 

세월이

먹다 남긴 자투리 시간이라도

허락된 것에 고마워하던 아내가

내뿜는 숨소리 하나라도 지워질까

달빛을 녹여 만든 따스함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삶은 무슨 색일까

 

​ 차가운 보라색

아니면 따뜻한 노란색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투명한 색일까

 

백 개를 손에 쥐여줘도

빼앗긴 한 개 때문에

우는 자식들에게

아내를 맡길 수 없다며

 

​ 마치

선택받은 게 아니라

선고받은 사람처럼

 

두텁게 내려앉은 침묵을 깨고

담배 한 개비에 빨간 불씨를 피우고 있던 남편은

 

​ 인연으로 만나

운명이란 이름으로 한평생을

함께한 사람 아내에게

두 번은 눈물 흘리지 않게 주겠다던

그 약속을 지키겠다며

잠든 아내의 손을 꼭 쥐어봅니다

 

 

 

다음 날 아침

 

“여보….

나 경로우대증 나왔어요“

 

“어디 봐”

 

아내가 할머니가 되었다는

경로우대증을 매만지던 남편은

 

​ 행복보다

아픔을 먼저 배워버린 아내에게

보이기 싫은 눈물 대신

싱거운 농담을 건네고 있었는데요

 

 

“여보….

왜 부부라고 부르는지 알아?“

 

“결혼한 사람을 부부라고 부르잖아요“

 

“하늘이 부를 때까지 (부) 붙어있으라고 부부라고 부른데“

 

“호호호..

당신 기분 좋은가 봐요

아침부터 안하던 농담을 다 하고….”

 

 

힘든 시간을 추억이라 믿고

버텨온 아내를 위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 일분일초라도

아내를 웃게 해주는 게

남편의 의무라는 듯 두 눈을 맞추더니

 

 

“부부라는 관계를

직업처럼 느낀다면 눈물뿐이고

운명으로 느낀다면 행복뿐이래“

 

“여보,, 다음 세상에도

내 아내 되어줄 거지?”

 

“백번이고 만 번이라도요….”

 

​

아프면

등 두드러져 주고

곁을 끝까지 지켜줄 사람

 

​ 그들을

우린 부부라고 부른다며

 

​ 부부는

꼭 쥔 두 손을 흔들며

나란히 병원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심장이 만나

하나처럼 뛰는 게 부부이기에….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지저스타임즈 cpj5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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