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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남을 움직이다)

지저스타임즈·2024.11.0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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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e others

(남을 움직이다)

 

​

 

하늘에서 뿌려준 물감으로

나뭇잎들은 색동옷으로 색칠을 한

산과 들로 차들은 뽐을 내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

 

거리에 늘어선

자동차들은 생생 거리며 달려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부렁부렁 거친 숨을 품어대며 거리에 멈춰 서고 말았어요

 

 

 

저마다

먼저 가려고만 하다 보니

오히려 차들끼리 엉켜

앞으로도 뒤로도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게 돼버리고 말았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

“아니 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렇게 막 밀어붙이면 어떡해요”

 

​

다들 남 탓들을 하며

나무에 매달린 단풍잎들처럼

노랗고 빨갛게 얼굴들은 변해가고 있었어요

 

​

“그쪽에서

앞으로 먼저 빼주면 되겠네요”

 

“나보다

그쪽이 뒤로 조금만 빼주는 게

빠를 것 같은데요…”

 

“경찰 불러야지 이러다

해 넘어가겠구먼”

 

​

녹슨 시계의

분침처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선인장이 내어준 가시처럼

목소리는 서로에 마음에 박히고만 있었고

 

어디로든 타협하지 못한

바람만 오고 갈 뿐 한 뼘도 양보하지 않는 교차로엔 넉살 좋은 구름만

굽어보고 서 있었답니다

 

​

 

이러쿵저러쿵 말들만 오고 갈 뿐

엉킨 차들은 한 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그때

 

어른들이 모여 있는 틈 사이로

만추에 햇살 같은 꼬마 여자아이가

별을 밟은 듯 사뿐히 걸어오더니

 

“아저씨들 싸우지들 마세요

조금씩 양보하면 되잖아요 “

 

​

뜨거운 쇠가 찬물에 닿듯

 

“난 못해”

 

“그럼 나도 못 해”

 

사람들의 말을 튕긴 자리는

찬바람만 와서 채우고 있었고

할 말 잃은 차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때

 

​

여자 꼬마 아이는

달빛을 빌려 온 햇살처럼

퍼내어도 넉넉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귀를 기울이던 어른들을 보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

 

“운전을 잘하시는

아저씨부터 빼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의 차로 돌아간 뒤

부지런한 불빛들로 오고 가더니

막혔던 교차로는 금방 운동장처럼 넓어져 있었답니다

 

​

 

무엇을

선택하게 만드는 마음 상태

 

그 동기는

 

“칭찬”

 

이라며

 

​

저녁놀 진 자리에

해님이 빵끗 웃으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

 

 

​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지저스타임즈 cpj5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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