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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당신 남편

지저스타임즈·2025.01.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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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남편

 

​

 

항상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먼저 선택하고 난 나머지 안에서만

가족의 사랑을 찾는 날이 전부가

돼버린 남편과 나 사이엔

 

말에 향기는 간데없고

냉랭한 눈빛만으로

메마른 안부를 물어오던 날

새벽

 

​

 

-am 01:00-

 

​

 

무엇을 하고 오는지

밤늦게 돌아다니는

남편을 함께 기다리던 벽시계도

지쳤는지 울려대는 소리마저

힘들어 보였고

 

벌어진 넓이만큼 좁혀지지 않는

남편과 나와의 거리만

소파에 앉아 재어보다

 

​

“당신 어디야?

내가 오늘 둘째 생일이라 일찍 들오라고 했지 또 술 마시고 있는 거야?“

 

“여보…. 그게 아니라..”

 

“당신은 정말 구제 불능이야“

 

 

 

딱 한 번만이라도

가족을 위한 선택을 해주길 바랐던

자신을 눈물로 몰아세우며

 

한 달 전

내 결혼반지까지 전당포에 잡혀가며

사고 친 일을 해결해 줬을 때

두 손 싹싹빌며 써놓은

남편의 반성문을 구겨

쓰레기통에 넣고 있었다

 

​

 

아무리 애써도

내 수준에 맞는 배우자를

얻을 수밖에 없는 게

삶의 진리라는 믿음 속에서

찾아지지 않는 정답만 찾아 헤매다

대하드라마 한편을 만들고도 남을

남편의 인생에 괜스레 끼어들어

마음 졸이며 산 시간들을 조각내 보다

마주친 아침 난 이런 선택을 하고 있었다

 

 

한 지붕 아래 살지만

각자 따로 밥을 먹고

잠도 따로 자면서

철저히 외면하는 것으로….

 

​

 

부딪힘 없이 스쳐 지나는 공기처럼

투명 인간이 되어 마주하는 하루하루로 마음의 두께마저

더해가는 나와는 달리

 

​ 집이란

일터에 출근한 사람처럼

휴대전화로 세상 구경을 해대며

한철 보내기 좋아하는 매미를 닮아가던 남편이

 

구멍 뚫린 시간들을 채워보려는지

내 생일날 가족외식을 하자며

제안하고 있었다

 

​

“너희 생각은 어때?”

 

“ 가족 외식 십 년에 한 번 해도 좋으니

제발 싸우지나 마세요”

 

큰아들의 뜬금없는 말에

쇠해진 분위기를 모면하려는

작은아들이

 

“엄마 엄마….

엄마는 다음에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어?“

 

그 말을 기다린 사람처럼 난

단번에 소리치고 있었다

 

​ “사고 치는 남편…“

 

​

그 말에 큰아들은

왜 그딴 질문을 했냐는 눈빛으로

작은 아들을 쏘아보고 있었고

작은아들은 그 눈길을 피해

자기 아빠를 바라보며

김빠진 맥주처럼 묻고 있었다

 

“아빠는?“

 

물속에서 입만 끔뻑거리고 있는

물고기처럼 입만 쭈빗거리며

고개를 쑥인 채 아무 말이 없었고

 

“우린 빠질테니 그냥 두 분이서 오붓하게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사막에 내버려진 선인장처럼

덩그러니 각자의 방만 지키다

마주친 다음 날 오후

 

회사에서 퇴근을 준비하며

혹시나 하며 휴대전화기를

열어 보았지만,

남편에게서 들어온 문자는 없었고

 

“그럼 그렇지…….

이 인간이 재수다 싶어

또 술 먹으러 갔겠지….“

 

밤하늘 한편에 그려지는 미운 남편의 얼굴을 병든 마음으로 그려놓고

위태로워 보이는 거리를 물결치는 사람들 속에 떠밀려 다니다 들어온 집에선 내 맘을 똑같이 닮은 어둠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을 뿐이였다

 

​ “카톡”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기울어진 식탁에 앉아 깨진 유리창을 타고 들어온 달빛을 조명 삼아 열어본 핸드폰에는

 

“정수기 옆에 붙은 메모지를 봐 줘“

 

​ 라고 적혀 있었고

 

“( 당)신한테 정말 미안해

그동안 많이 지치고

서운했지?”

(티브 옆에 붙은 메모지를 봐 줘)

 

​ …라는

메모지가 정수기옆에 붙어 있었고

 

“(신)뢰할 수 있는 남편이 되어 내게 가장 큰 사랑을 주는 당신에게 보답하며 살아갈게..“

(거실 전화기 밑을 봐 줘)

 

​ ​라는

메모지가 티브이 옆에 붙어 있었고

 

​

“(남)편인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땐

당신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볼 때였다는걸 알게 되었어

( 식탁 꽃병 밑을 봐 줘)

 

​ ​라는

메모지가 전화기 밑에 붙어 있었고

 

“(편)먹고 이 세상 열심히 살아가자

우리의 행복은 현재 진행 중이니까…

(내 배게 밑을 봐 줘)

 

​ 라는

메모지가 꽃병 밑에 붙어 있었고

 

​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당신이 있었기에 한 달 전부터 대리운전을 해가며 용기 낼 수 있었다며 배게 밑에는 전당포에 맡긴 결혼반지가 놓여져 있었다

 

(그때 아이들이 내게 물었지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냐고?

그 대답을 지금 할 테니 넉 장의 메모지를 나란히 놓고 첫 글자를 읽어봐 줘)

 

​

다시 태어나도

 

​ 당……………

 

신…………..

 

남…………

 

편……….

 

​

 

 

​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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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타임즈 cpj5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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