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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건 신의 선물이란다

지저스타임즈·2024.07.03 10:16

그건 신의 선물이란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내게 찾아온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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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신의 선물이란다.jpg

“봄비“를 만나러 나는 길을 나섰다 ​세상이란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나가는 문을 찾지 못한 채 헤매다 눈 뜨면 자라나는 턱 밑에 수염 같은 한숨만 매단 채 하늘을 달려 봄의 녹음을 스쳐오는 비를 맞으며 난 걷고 있었다

​

목적지도 없이…… ​난

텅 빈 시간을 거리에 풀어놓은 채 다들 행복을 찾아 하루를 열어가는 사람들 틈으로 걸어가고 있었지만 내게서 언어는 사라져 가고 있었고 지하철 계단 끝 아래에서 조그만 여자아이가 아픔이란 나이테가 묻어있는 얼굴로 우산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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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하나 얼마니?”

​“5천 원이요” “그럼 저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만 갸웃거리는 아이를 보고 장사를 하면서 가격도 모르면 어떡하냐는 눈으로 바라보던 나에게 “엄마가 하시던 장사인데 아파서 대신..” 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낮의 햇빛조차 얻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를 보며 슬픔도 눈물처럼 따뜻할 순 없을까? 라는 한 생각에 잠긴 채 난 그곳을 지나쳐가고 있었다

​

​ 며칠 후,

봄비가 서둘러 귀가한 탓인지 비가 개어 장사를 마친 아이는 지하철 계단에 있는 노인에게 천 원을 건네주더니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앞 보도블록 빈자리에 떨어지는 빗물과 정답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내가 서 있는 곳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

“아기 물아! 너네들 여기들 다 모였구나!“

​한 뼘 더 커진 사랑으로 바라보던 아이는 상자를 가득 실은 할아버지의 손수레가 나타나자 단 몇 걸음이라도 고사리손으로 밀어내고 있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물음표가 가득했던 내 삶에 느낌표가 채워지며 그날 나는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가고 있었다.

​​

다음 날,

내 가난한 마음을 채워준 그 아이에게 나는 우유 하나를 건네고 있었다 내가 건네준 우유를 들고만 있던 아이는 맞은편에 낯선 노숙인에게 가져다 주었다 “너 먹지 왜?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아이는 “저보다 더 필요할 것 같았어요” 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줄 아는 아이를 보며“내 눈에 비친 타인의 모습이 바로 나”라는 걸 알아가며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덜 챙긴 그 공간이 다른 이의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그 아이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

“우산 하나 줄래?”

​오천 원짜리 우산을 산 나는 오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준 채 바쁘게 뛰어가고 있었다 어둠을 밀어낸 이 도시에 모든 선택과 결정이 사라져 버린 새벽이 왔다 ​어제의 생각이 데려다 놓은 오늘을 바라보며 난 또 걷고 있었다. ​벌써 내달려 온 아침 위로 “돈을 찾아가세요”라는 푯말이 써 붙여져 있었지만 그냥 말없이 지나치고 있었고 그날 나를 보게 해 준 그 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행복한 미소로 지나치고 있었다.

​

​봄비가 때 이른 새벽을 씻어낸 거리로 걸어 나온 아침이 고개를 내민 자리에 그때 그 꼬마 아이가 우산을 팔고 있었다. 기억 못 하겠지 하고 다가간 나를 보자 반갑게 웃어 보이며 “아저씨 그때 돈을 잘못 주셨어요“ 아름다운 기다림으로 45,000원을 넣어놓은 비닐봉지를​ 내려다보며 난 생각했다.

 

“진짜 행복은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가진 것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나의 태도의 문제였다는 걸…..”. 엄마의 눈물로 꽃처럼 홀로 핀 아이를 보며 난 말했다 ​“그건 신의 선물이란다”

 

오늘의 칼럼 /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중에서

지저스타임즈 cpj5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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