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100만명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지난 월요일(9월 28일)부터 KBS-1TV 저녁 일일드라마 <엄마가 미쳤어요>(극본 나승현, 연출 성준해)가 시작되었다. 평생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엄마와 자신의 삶과 성공을 위해 산 엄마, 그리고 두 엄마의 자식들이 얽히며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가족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드라마에 상류층과 중산층 두 가정의 할머니가 나오는데 상류층 할머니는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며 가끔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다.
“내가 뭘 하려고 여기 왔지?” 기억력이 흔들리면 인지력이 떨어지고, 인지력이 떨어지면 판단력도 영향을 받는다. 기억력은 정보를 판단하고 상황을 이해하며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다. 기억력과 인지력이 무너지면 일상생활은 물론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100세 시대에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또렷하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dementia) 환자’가 올해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지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치매 위험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환자’는 올해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각별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치매는 아직 완치 약이 없는 만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를 ‘생활습관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치매(癡呆, Dementia)를 치매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는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하여 기억력, 언어능력, 지남력(指南力), 판단력 및 수행 능력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인 다발성 장애’로 정의한다.
치매 발병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뇌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와 타우(Tau)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축적이다. 이러한 뇌 속의 노폐물은 치매 초기증상이 겉으로 나타나기 20-30년 전인 40-50대부터 서서히 쌓이기 시작한다.
이에 치매는 노년기에 갑자기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누적된 나쁜 생활 습관과 대사 질환이 뇌혈관을 손상시키면서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특히 고혈압(Hypertension)이나 당뇨병(Diabetes) 같은 혈관 질환을 방치할 경우, 미세한 뇌혈관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기면서 뇌세포 파괴가 가속화된다.
치매 의심증상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1)직업이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 상실이 있다. (2)익숙한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3)언어사용이 어려워진다. (4)시간과 장소를 혼동한다. (5)판단력이 감소하거나 그릇된 판단을 자주 한다. (6)추상적인 사고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7)물건을 잘못 간수한다. (8)기분이나 행동의 변화가 온다. (9)성격에 변화가 온다. (10)자발성이 감소한다.
국제 학술지 ‘랜싯(Lancet)’의 ‘헬시 롱제비티(Healthy Longevity, 無病長壽)’ 저널은 최근 미국, 영국, 한국, 중국, 일본 등 14국 50세 이상 21만4000여 명의 치매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치매는 80세에 생기는 병이 아니라, 50세에 시작하는 병이며 치매 예방 전략을 뇌 중심에서 벗어나, 나라별 특성에 맞는 생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치매 발병 사례의 약 절반인 45%는 생활 습관 개선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현재의 공중보건 캠페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커튼대학교(Curtin University) 연구팀이 8개국 공중보건 캠페인을 분석한 결과, 대규모 인식 개선 캠페인은 지식 전단 효과는 일부 있었으나, 실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뚜렷했다고 밝혔다.
커튼대학 연구팀은 치매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 맞춤형, 지역사회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개인별 위험도 평가, 동료나 지역 지도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 등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혔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근력(筋力)과 신체 구성이 치매 위험의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 새롭게 부각됐다.
연구팀은 성인 약 50만명을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근감소성 비만’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근감소성 비만은 체지방이 많으면서 근력은 낮은 상태를 말한다. 주목한 점은 근력이 유지될 경우 비만 자체만으로는 치매 위험 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체중 감량에만 집중하기보다 근육 건강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연구 책임자 마리오 시에르보 박사는 “치매 사례의 최대 45%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생활 습관, 건강 상태 등과 관련이 있다”며 “하지만 단순히 위험 요소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치매 예방 노력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개인의 상황에 맞춘 조언과 지역사회 인물을 활용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함을 보여준다. 또한 금연, 신체활동 등 기존 위험 요인과 더불어 근력 유지가 치매 예방의 새로운 핵심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랜싯 치매위원회는 치매 발생 위험 요인 1순위로 난청(難聽)을 꼽는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사람과의 대화가 줄어들고, 대화가 줄면 뇌를 사용할 기회도 줄어든다. 뇌 전체가 활동을 멈추면서 인지기능은 크게 떨어진다. 시력이 좋지 않으면 안경을 쓰듯, 청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보청기(補聽器)를 써야 한다. 귀가 늙으면 뇌도 늙는다.
선진국 대부분은 치매 위험요인 가운데 비만(肥滿)이 상위권에 있다. 미국인의 비만율은 45%이지만, 한국인 고령자의 비만율은 6.2%에 불과하므로 미국인 치매 예방 전략인 ‘살부터 빼자’는 한국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비만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37%이므로 혈압(血壓)을 먼저 잡아야 한다.
혈압 관리는 치매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혈압이 오르면 작은 미세혈관이 더 손상된다. 우리 몸의 혈관 가운데 가장 가늘고 섬세한 곳이 뇌혈관이다. 이에 고혈압이 뇌혈관을 손상시키고, 기억과 판단을 담당하는 뇌세포도 파괴한다. 과음(過飮)도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술은 간(肝)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혈압을 높이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잠은 뇌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간이므로 하루 7-8시간 숙면(熟眠)을 취해야 한다.
뇌를 살리는 식사란 생선, 콩, 과일, 채소, 통곡물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우울감, 외로움이 지속되는 마음의 고립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치료이므로 은퇴 후에도 사회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30분 빠르게 걷고, 주 2-3회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여야 한다.
한국형 치매 예방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1)치매는 ‘80세 병’이 아니라 ‘50세 병’이다. (2)걷기 운동은 뇌를 위한 투자다. (3)근육은 치매 예방을 위한 또 다른 장기다. (4)귀가 늙으면 뇌도 늙는다. (5)사람을 만나는 것도 치료다. (6)잠은 뇌를 청소하는 시간이다. (7)뇌를 살리는 식사를 하라. (8)마음의 고립을 방치하지 마라. (9)정기 검진이 예방의 첫걸음이다. (10)치매는 사회가 함께 예방하는 병이다.
치매는 가족력 영향이 큰 보편적 10대 질환에 속한다. 대장암(약 2배), 유방암(약 2배), 위암(1.5-3배), 전립선암(2-3배), 췌장암(강한 가족력에서는 4배 이상), 2형 당뇨병(2-3배), 고혈압(약 2배), 심근경색증(1.5-2배), 뇌졸중(1.3-1.5배), 알츠하이머병 치매(1.5-3배) 등이다. 가까운 혈족일수록, 같은 병을 앓은 가족이 많을수록, 젊은 나이에 발병했을수록 가족력의 무게가 커진다.
치매 환자는 병원 치료만으로는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치매를 개인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치매 돌봄을 지원하는 대책을 강화하고, 민간단체는 전문성을 활용해 지원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뇌는 나이 들어 늙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방식대로 늙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 박명윤 칼럼(1219) 2026.10.9. Facebook>

































